스페인 거리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즐긴, 요시고 사진전

 

여름에 천천히 즐겼으면 더 좋았을, 그러나 겨울에도 여전히 발길이 끊이지 않던.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2021.06.23 ~ 2022.03.01.

그라운드시소 서촌

오전 10~ 오후 7

 

 

 

여름에 가고싶어 예매해놨던 전시가 하나 있었다. 7월쯤 가려고 한번 도전했다가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인파에 놀라 빠르게 포기했었다. 미리 예매해놨기에 시간나면 가야지,를 매달 반복하다가 12월을 앞둔 얼마 전 드디어 다녀왔다. 요시고 사진전!

 

 

 

 

이미 핫했었기에 나는 사람이 좀 없을 줄 알았지? 댓츠노노. 여유있게 즐기려고 평일 오전 10시 반에 갔지만 역시나 대한민국 사람들 전시 관람도 부지런히 하는 편. 매표소에서 표를 받아오니, 알림톡이 도착했다.

 

 

 

 

 

전시 오픈하는 시간은 오전 10. 오픈시간에서 겨우 30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내 앞 웨이팅은 19팀이었다. 정말 다들 멋져...후후. 사실 이때부터 이미 여유로운 관람은 반포기를 했던 상태였다.

 

 

 

전시를 좋아하지만 섣불리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 요시고 사진전은 인기 있는 전시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나는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타입이라 관람하는 게 참 힘들다. 그에 따라 집중도도 떨어지니 전시를 보고 나서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가볍게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19팀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금방 들어갔다. 실제로 대기한 시간은 10~15분 정도였던 듯.

 

 

 

요시고는 스페인 사진작가였다. 이름만 들었을 때 스페인 사람일 거라곤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그냥 사진전이길래 오 가야겠다, 했을뿐.

 

사진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번 사진전을 보고 생각해봤다. 곰곰이 그동안의 사진전을 떠올려보니 선명히 다가오는 색의 느낌이 마냥 좋았던 것 같다. 흑백 사진은 흑백 사진대로 검은색, 회색, 흰색 그리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무채색의 그라데이션이 좋고.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사진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듯 싶다.

 

 

하나 더, 내 핸드폰의 작은 화면 혹은 디지털 기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확실하지 않은 색들이 아닌 인화된 사진이자 단 하나의 결과물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요시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섬세한 디테일과 구체적 감각에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놓치기 쉬운 것들이죠. 

Film camera is fascinating because it has subtle details and specificity. It's easy to neglect these elements when you are using a digital camera.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전에는 여행만큼 사진 찍는 것도 좋아했다. 여행도 사실 예전의 설레임을 따라갈 순 없는 것 같다. 괜찮은 호텔과 꼭 가야할 맛집에 여행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 보면. 어쨌든.

 

 

 

빛을 받은 건물이 아름다운 피사체가 된 사진들 사이를 걸어가다 보니 나의 여행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요시고의 사진적 즐거움은 그의 여행 사진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래서 가볍게 본 전시였지만 좋았다.

 

과거의 감각들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던 나의 순간들이 존재했기에.

 

 

2020. 02 바르셀로나에서 짝궁이 찍어준 내 뒷모습 / 거리를 찍는 내가 찍힌 사진

 

내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촬영하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The sensation is phenomenal, shooting photos while not really knowing what I'm doing.

- 요시고

 

다시 여행하길 꿈꾸며, 더없이 멋진 날을 만들어가길 희망하며.

 

오늘의 요시고 사진전 리뷰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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