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여행] 1년 전 나의 마지막 유럽, 바르셀로나 기록하기

2020년 1월, 코로나가 역병처럼 창궐하기 전에 스페인에 다녀왔다. 이전 직장에서 퇴사한 날, 밤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가 생각해도 그땐 너무 무리했지. 돈만 많았다면 아마 난 바로 비즈니스석으로 바꿨을거야. "하 어쩔 수 없지, 이 스트레스는 다른 걸로 풀 수 없어, 카드 긁자." 이러면서. 아 상상만 해도 행-복, 편-안. 그러지 못한 게 아쉽고, 아직도 그렇게 긁을 수 있는 카드가 없지만, 그럴 날을 여전히 기대하며 살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이 블로그에 쓰는 100번째 글은 그냥 가장 최근 중 내게 있는 가장 예쁜 여행사진을 남겨보고 싶었다. 지금은 유럽에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초유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사진으로라도 그 때를 떠올리며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해볼까 한다:)

 

 

유럽에 간다고 그 전 몇 달간 비싼 걸 사지도 입지도 먹지도 않으며 돈을 모았다. 비행기표를 사고 숙소를 예약하고 스페인에서 내가 사랑하는 스페인 음식과 와인을 즐길 생각에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겨울이었지만 감사하게도 2020년 1월 스페인의 겨울은 내게 온기로웠다. 한국의 차가운 날씨 속에 나는 주구장창 패딩만 입고 다닌 터라, 마치 어둠의 녀석처럼 마음도 어두워지던 터였다.

 

그러나 스페인은 햇살의 나라답게 추위 잘 타는 나에게 코트를 입고 다닐 수 있는 날씨를 선사해주었다. 아침에 어떻게 꾸밀 지, 어떤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닐 지 오랜만에 고민했던 시간, 역시 여행은 잊고 있던 나를 만나게 해주는 시간이다.

 

 

 

빵순이는 아닌데, 맛있는 빵은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크로와상은 대부분 맛있기에 커피와 함께 종종 즐기는 편이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는 가장 맛있는 크로와상을 먹을 수 있는 호프만 베이커리가 있다고 했다. 절대 놓칠 수 없지. 빵순이가 아니더라도, 그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커리는 그냥 지나치면 안되는 무언의 약속같은 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죠?

 

골목을 구경하고, 크로와상과 고소한 커피냄새 풍기는 카페에서 커피 하나 테이크아웃 해서 솔솔 해변으로 걸어가면 그 날 하루는 그걸로 끝. 사실 난 그 자리에서 크로와상 다 해치웠던 것 같다. 일년 전 기억이라 좀 가물가물하긴 한데, 분명한 건 내가 펄쩍 뛰었을 정도로, 호들갑 떨 정도로 맛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언젠가 꼭 다시 갈 바르셀로나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호프만 베이커리는 기억에 콕 박아놓을거다.

 

 

크로와상을 산 곳에서 좀 더 가면 바르셀로네타가 있다. 하늘은 맑았고, 우리의 인생샷은 여기서 많이 탄생했다. 여전히 이 날 이 곳에서 찍은 사진이 내 핸드폰 배경화면일 정도로-

 

 

마치 이 사진에서 느껴지는 갬성은 여름이다만, 놀랍게도 겨울이라는 것. 정말 감탄사를 한시도 빼먹지 않았을 정도로 이 날 날씨는 최고였다. 여름이었으면 내 뱃살 걱정은 잠시 미뤄둔 채, 당장에 저 물 속으로 뛰어들었을텐데. 수영하는 방법은 다 까먹었지만 짜디 짠 물 먹어가면서도 실실거릴 입꼬리가 상상된다.

 

 

모르겠다 나도. 스페인의 첫 기억은 소매치기였을 정도로 스페인이 나에게 뭐 해준 것도 없으면서 내가 스페인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아마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했던 곳이어서인 것 같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내가 가장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여행이었기에.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여행하고 싶다. 어디든. 그게 스페인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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